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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생물의 DNA가 담긴 타임캡슐 발견하다
등록일
2023-09-25
작성자
바이오제약공학과
조회수
68

고대 유물의 디지털화와 DNA 서열 분석 기술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 있다.

고고학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디지털고고학(Digital Archaeology)’은 전통 고고학을 확장하면서 과거 문명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디지털기술 고도화 이전에 발굴한 유물에 대한 디지털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흔적과 DNA는 생물학, 유전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이라크 북부 디그리스 강변에 님루드(Nimrud) 지역에서 발견된 점토에서 34개의 식물 DNA가 추출돼 중동지역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원전 870년 유물에서 DNA 추출하다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고고학·디지털복원학 연구진으로 구성된 다학제 연구팀은 2천9백 년 전 점토에서 고대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 리포트’에 발표했다.

현재 덴마크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점토는 고대 도시 칼후에 있는 네오 아시리아 왕 아슈르나시르팔 2세(Ashurnasirpal II)의 궁전에서 발굴되었다. 점토에는 “아시리아 왕 아슈르나시르팔 궁전의 재산”이라는 설형문자가 새겨져 있으며, 이것을 통해 해당 유물이 기원전 879년부터 기원전 869년 사이에 건설된 왕국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시작된 박물관 소장 유물의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통해 이 점토에서 DNA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소피아 룬드(Sophie Lund Rasmussen)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 박사는 “점토 덩어리의 내부가 오염으로부터 잘 보호돼 있어서 고대 DNA를 성공적으로 추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점토를 추적하며 발견한 사실들

해당 점토는 티그리스강 근처에서 채취한 진흙에 왕겨, 짚, 동물 배설물과 같은 재료를 섞어서 주형으로 모양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사멸된 아카드어(Akkadian)로 비문을 새긴 뒤 햇볕에 건조 시켜 궁전의 재료로 쓰였다. 이런 과정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통치자들이 기념비적인 건물을 건설하는 전형적인 방법이었으며, 당시에 만든 수천 개의 벽돌 중 일부가 종종 현대에 발견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 점토판에 쓰여진 비문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많은 사실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아슈르나시르팔 2세”라는 시대를 통해 얻은 정보는 통치자(왕)의 족보와 신아시리아 제국의 여명기에 새로운 수도를 기념하기 위해 궁전을 건설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비문에 명시된 사실 정보 외에도 천문학적 사건과 생물학적 데이터를 확인했으며, 이 점토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기원전 9세기에 다양한 측면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

트로엘스(Troels Arbøll) 코펜하겐대학교 다문화 지역연구학 교수는 “이 연구 프로젝트는 과학에서 학제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4개의 식물분류군의 DNA가 발견되다

생물학 분야의 연구진은 뼈와 같이 다공성 물질에 사용되는 프로토콜을 적용해 점토에서 DNA를 추출·분석했다. 그 결과 34개의 식물 분류군이 식별됐으며, 가장 많은 식물군은 유채과(양베추)와 진달래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자작나무, 월계수, 셀리눔, 밀과의 식물 DNA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종이 지구 전체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흔한 식물’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점토에 포함돼 있는 DNA 서열에 맞춰서 지역 토종을 가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견된 34개 식물군 중에서 미나리과에 속하는 셀리눔(Selineae)의 DNA 서열 범위에는 Daucus(당근), Pastinaca(파스닙), Apium(셀러리)와 같은 식용식물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은 요리에 사용되지만 일부는 치명적인 알칼로이드 독성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다.

또, 발견된 자작나무(Betulaceae) DNA는 현재 이라크에서 발견되는 낙엽활엽수인 베툴라(Betula)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살리카(Salicaceae)과는 현대 이라크를 대표하는 수종인 버드나무과, 포퓰러나무과의 500종 이상의 종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시카(Brassica)의 DNA에는 현대 이라크 고유종 10종을 포함해 79개 군 195종의 식물 스펙트럼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양배추·케일·브로콜리·콜리플라워 등의 채소, 무·고추냉이·순무·콜라비 등의 뿌리작물, 겨자씨·유채 등 종자작물이 있다.

디지털고고학, 고대문명 연구에 활력이 될까

“문명의 요람(The Cradle of Civilisation)”으로 불리는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기존의 연구 방법은 텍스트 기반의 기록유물과 같은 고고학 사료를 기반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점토판에 새겨진 고대 아카드어, 수메르어를 해석해서 현대 대상과 매칭해 분석했는데, 이 접근 방식은 고대 용어를 정확한 생물학적 종과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식물 자체 DNA 서열 분석은 종을 식별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며, 현대 식물군 스펙트럼의 기원을 찾기 수월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언어학을 통해 식물의 구체적인 분류군을 식별하려는 시도가 내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부분적으로나마 해결책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점토에 새겨진 비문과 점토에서 잠자고 있던 DNA가 지역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및 생물 다양성의 ‘타임캡슐’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고고학은 야외조사(Field Survey), 데이터 수집과 기록(Data Collection), 데이터 구축과 분석(Data Analysis), 디지털 복원과 시각화(Modelling & Visualisation), 전시 및 교육 등 대중을 위한 활용과 참여 확대(Outreach)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3D 스캔과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의 최신 기술로 과거의 유물과 유적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분석 및 복원이 가능해졌다.


김현정 리포터 ㅣ 저작권자 2023.09.22 ⓒ ScienceTimes(원문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