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선도하는 국내최고의 인재양성대학!

바이오제약공학과

전공이슈

국내 최초 '자궁 이식 성공'… 35세 여성, 10개월째 거부반응 없어
등록일
2023-11-18
작성자
바이오제약공학과
조회수
54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1/17/2023111701714.html


국내 최초 자궁 이식 성공 사례가 17일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 자궁을 이식했고,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환자는 월경 주기가 규칙적인 만큼 이식된 자궁이 정상 기능 중이고,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학계에선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개 청소년기 월경이 시작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호르몬 등의 영향이 없고,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 

이번에 자궁을 이식받은 MRKH 증후군 환자는 2021년 자궁 이식을 결심하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2019년부터 다학제 자궁이식팀을 준비해 2020년 정식으로 팀을 꾸렸다.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이식외과 박재범·이교원 교수, 이식외과 박성해 임상강사, 산부인과 오수영·이유영·이동윤·김성은·노준호 교수, 성형외과 임소영 교수, 영상의학과 김찬교 교수, 영상의학과 김민제 임상강사, 병리과 김현수 교수, 감염내과 고재훈 교수, 정선우 변호사, 최주영 간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각자 전문 분야별로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과 사례를 조사해 이론적 배경은 물론 실제 이식 수술, 이식장기의 생존전략, 임신과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웠다.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국내 첫 사례인 만큼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진행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까지 모두 마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뒤 신중히 접근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에서 새로운 수술의 시도는 '임상연구'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어,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이때 여러 차례 의료 연구에 기부했던 개인과 재단 기부자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제작진 등이 연구비 기부에 참여해 자궁 이식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슬의생 제작진의 기부는 극 중 채송화 교수의 롤모델이자 제작 자문을 맡았었던 자궁이식팀의 오수영 교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7월 처음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그러나 이식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만에 제거해야 했다. 다행히 첫 이식 실패 6개월여 만인 지난 1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됐고, 성공했다.

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이식 후 29일 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다.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다. 첫 월경 이후 환자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다. 이식 후 2, 4, 6주, 4개월, 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과제로 환자와 자궁이식팀 모두 아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궁이식팀의 이동윤, 김성은 교수는 이식 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의 난소로부터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임신 이후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박재범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유영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 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이들이 도움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자궁이식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다. 당시 환자는 이식 100일 만에 거부반응으로 이식한 자궁을 떼어내 안착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이식과 더불어 출산까지 성공했다. 지금은 관련 근거가 쌓이면서 이식 성공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Baylor University Medical Center)이 202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이 병원에서만 20명에게 자궁이식이 시도돼 14명이 이식에 성공했고, 이 중 11명(79%)이 출산까지 마친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9월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자궁이식학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성공 사례를 포함해 109건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됐으며, 세계적으로 재이식 시도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사례가 처음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