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선도하는 국내최고의 인재양성대학!

바이오제약공학과

전공이슈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본 고유전체학
등록일
2022-10-27
작성자
바이오제약공학과
조회수
114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본 고유전체학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해서 지금의 모습이 됐을까. 과거 이런 근원에 대한 궁금증의 해법은 고고학과 인류학이었다. 어딘가 동굴이나 무덤 속에서 발굴된 뼈와 유물 등을 통해서 작게는 민족, 크게는 인류가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짐작했다. 특히 국내에선 고고학과 인류학이 이공계열이 아닌 인문ㆍ사회과학 계열로 분류된 이유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고고학과 인류학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DNA와 게놈(유전체) 분석이라는 첨단 바이오 과학의 틀을 통해 고인류와 현생인류의 본질을 염기서열 단위까지 들여다보는 세상이 됐다. 게놈은 이제 지구상에 살아있는, 그리고 과거 살아있었던 모든 것들의 비밀을 풀어놓을 태세다.

스반테 페보(1955~ ). 이달 초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단독 수상자로 선정된 스웨덴 출신 진화유전학자의 이름이다. 1997년부터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유전학 분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고유전체학’(paleogenomics)의 창설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국 내에서도 2015년 출간된 단행본『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로 대중에게 비교적 잘 알려졌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이던 1981년 지도교수 몰래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독일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뼈를 통해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유전체)까지 해독했다. 또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손가락 뼈에서 DNA를 추출, 뼈의 주인공이 또 다른 고인류라는 것을 밝혀냈다. 데니소바인 발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페보 박사는 현생 인류가 이미 오래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ㆍ데니소바인과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순종’호모 사피엔스는 없었다. 그는 노벨상 선정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와 유럽 등지에서 수만 년 동안 공존했다”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 서술했던‘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사실상 멸종시켰다’는 주장은 적어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인 셈이다.  노벨위원회는 페보 박사를 멸종한 호미닌(homininsㆍ사람아족)의 게놈과 인류 진화에 관한 발견의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유전체학은 멸종된 종의 유전체 정보를 재구성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또한 고고유전학(archaeogenetics)은 고 DNA에 대한 분석을 고곡학 및 인류학적 증거와 교차검증함으로써 인류사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정립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두 학문 모두 고 DNA가 연구대상이다. 문제는 수만~수십만년 된 고 DNA가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래된 뼈에서 시료를 채취할 때 남아있는 DNA 자체가 극히 적은데다, 미생물 등의 DNA가 섞여 분석이 어렵다. 페보 박사는 오랜 연구기간 동안 이렇게 오래되고 오염된 시료 속에서 원하는 DNA를 골라낼 수 있었다. 이후 분자생물학 분야의 기술적 발전은 고DNA 연구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첫째가 고DNA의 양을 급격하게 증폭시킬 수 있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시료의 유전체 전체를 단시간에 모두 분석하는 전장유전체 염기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이 가능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유전체 해독의 시간과 비용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게놈 분석을 통해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설이 증명되고, 무엇이 가짜 과학인지 알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URL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1685#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