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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김근우 교수 코로나19와 불안장애
등록일
2020-03-06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568
한의신문 김근우 교수 코로나19와 불안장애관련 이미지

온 나라가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다. 현재는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우리나라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하는 상황이며, 그 역량의 초점은 감염학을 중심으로 구축된 환자관리 의료시스템, 확진 방지를 위한 사회인프라, 환자발생에 대한 신속한 정보전달에 맞추어져 있는 등 나라 전체가 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한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현 상황에서 한의사의 공공적인 측면에서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면역력’이라는 의료상품을 공공재의 개념으로 공급을 하는 것인데, 현 상황에서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의료 직종에서 큰 역할을 하는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이해하고 임상적으로도 대처하는 방안도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공포감의 원인은 강한 전파력



정신의학적 발병 요인의 3가지 축은 우울, 불안, 분노의 정서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 불안장애의 평생유병률은 9.3%로, 알코올 관련 장애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아, 우울장애의 평생유병률 5.0%를 훨씬 앞서고 있다. 당연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눈여겨 볼 질환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주는 불안의 정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크게 3가지 정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이번 코로나19의 가장 큰 공포감의 원인은 강한 전파력에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행동범위에 감염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사회구성원간의 경계와 혐오를 일상화 시키고 타인에 대한 막연한 심리적 불신에서 비롯된 사회전반적인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둘째는 구속된 삶이다. 필자도 집과 진료실 이외에는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없다. 그리고 예정된 일정이 흔들리거나 취소되는 사회적 구속 상황으로 그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 있다. 스트레스 관련 실험연구에서도 ‘구속 스트레스’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동물모델이다. 일정한 공간에서의 지속된 생활은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을 반응하게 하고 epinephrine, dopamine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여 우울과 불안과 관련된 정서적 신체적 문제를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특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사회적 문제가 개인적 삶의 기반에 영향을 주는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모든 매체가 같은 목소리로 부정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객관적인 주변 상황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복된 노출은 논리적인 뇌 보다는 감성적인 뇌를 반응하게 하면서, 또한 나의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또한 불안의 심리를 유발한다.



구체적으로 예측되는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그렇다면 정신의학적 진단범주를 기준으로 코로나19에서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유형을 살펴보자.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일상에서의 지나친 불안이나 걱정을 호소하며, 이러한 불안이나 걱정의 조절을 어려워하는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에 근접하나, 이 진단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최소 6개월이 되어야 하고 특별하고 뚜렷한 유발인자가 없어야 하기에, 그 증상적 특징에는 해당되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는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으로, 이는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극심한 공포나 불안의 유발로 특징되어지는데, 그 공포의 대상이 부정적 사건에 대한 ‘과도한 정보의 전달’로 유발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역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그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주로 10세 이전에서 발생 한다는 측면에서 뚜렷하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나, 해당 연령대가 추후에 관련 질환에 이환될 가능성은 높다.

현재 가장 구체적으로 예측되는 것은,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다. 진단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외상성 사건(들)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존재하며 1개월 이상 외상성 사건과 관련을 가지는 반복적이고 불수의적인 침습적 기억, 그리고 사건 관련 다양한 자극의 회피, 분노폭발, 과장된 놀람, 과각성 등 다양한 정신의학적 증상으로 일상적 삶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향후, 관련 환자가 내원한다면 고민해야 하는 장애이다.



한의학적으로 다양한 증후에서 불안장애 나타나



그럼 관련된 과거사를 살펴보면, 바이러스 질환을 ‘역병(疫病)’으로 정의 내렸을 때, 역병을 국가적 재난으로 보고 심리적 불안에 기록된 한 예가 있다. <仁祖實錄 45券>에 도승지 윤순지(尹順之) 등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30296;疫連年, 遍滿國中, 人民死亡, 十室九空……尙安得恬然玩&#24850;, 而無警&#24789;危懼之心哉?”라 하여 신하의 입장에서 疫病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불안감을 토로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의학적으로는 경계·정충(驚悸·&#24596;&#24545;)을 비롯한 다양한 증후에서 불안장애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는데, 현재 사건을 ‘심담허겁(心膽虛怯)’이라고 한다면 이후 임상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증후는 ‘심비양허(心脾兩虛)’, 심기부족(心氣不足) 등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증상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의사로서, 환자가 진료실에서 불안의 정서문제로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면,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영향을 한번쯤은 고려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38459